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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어른들이 먼 항해를 떠난 섬, 바이킹이 기습하여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난리 속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족장의 아들 안과 노예의 아들 아스케. 어른들이 모두 사라진 섬에서 두 아이는 스스로 자라는 방법을 배워 간다.   생존의 문제다. 파멸된 마을에서 무슨 수를 써서든 살아야 한다는 당위를 제시한다.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각인시켜주는 소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신분이 정해져 있는 두 아이다. 신분이란 것이 본래 사회제도의 틀을 가장 든든한 빽으로 삼는지라, 이 사회적 제도가 붕괴되어버린 다음에는 신분이란 것이 그닥 아니 전혀 의미가 없다.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것들이 중요한 테제가 되어야만 한다. 생존은 투쟁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 두 아이가 처한 현실에서 이 두 아이는 투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들을 행하는 방식은 어떠할 것인가. 이 소설의 화두다.   신분이 무의미해진 만큼, 신분이 가졌던 의미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제기된다. 족장은 나면서부터 족장이었는지, 노예는 나면서부터 족장이었는지, 족장이나 노예는 영원한지, 그 역할은 무엇인지 등등... 사실 이 노예 아스케는 5년전에는 멀쩡한 자유인이었다가 노예로 잡혀와 노예로 살아왔다. 하지만 족장의 아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노예는 노예 그 자체였을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이 시대 내가 살고 있는 이 정돈된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좋은 아젠다를 제공한다. 나의 지위는 무엇인가,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장 원초적 상황에 처했을때에도 한갖 지위에 목매달고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건 아닌지.   둘만 남은 상황에서 그들은 지혜롭게도 공생의 길을 선택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들은 서로 의심하는 가운데, 서로 이해하며 협력함으로써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분의 고하가 생존의 평등으로 바뀌는 데는 족장의 아들이건 노예의 자식이건 그리 쉽게 적응할 수 없었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노예가 노예의식을 저버러기도 쉽지 않았다는 사실, 복종의 습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결정권의 상실과 그에 따른 편안함을 마련해주기도 하며, 그의 극복은 또다른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예의 아들 아스케는 용감함을 발휘하여 그 스스로 노예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부터 탈출한다. 틀히 이 과정에서 족장의 아들에 대해 보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음은 성숙한 자유인으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책을 읽다보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여기는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우연한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가끔은 내 처지를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일들이 필요치 않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또한 그래도 이렇게 내가 오늘을 살수 있는것에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지금의 이 편안함이 또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경쟁은 비록 필요하다 할지라도, 경쟁상대는 무찌르고 이겨야할 대상이 아니라, 한편 내가 성장하는 데 같이 가야할 동반자이며, 그로 인해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 것임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짧은 이야기지만 여운은 길다.        

아이들의 인권과 성장을 문학적 방식으로 이야기해 온덴마크 문단의 문제작가,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의 마지막 작품 어른들이 먼 항해를 떠난 섬, 바이킹이 기습하여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난리 속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족장의 아들 안과 노예의 아들 아스케.어른들이 모두 사라진 섬에서 두 아이는 스스로 자라는 방법을 배워 갑니다.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는 마녀사냥의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문제작 마녀 사냥 의 작가 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된 소설입니다. 안데르센은 전편에 이어 아이들 내면 성장의 화두를 문학적 방식으로 그려냈습니다. 어른들이 모두 떠난 섬이라는 공간, 단 둘이 살아남은 노예 아이와 족장의 아들, 어른들이 돌아오기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복되는 두 아이의 관계. 우리 사회, 학교에까지 만연한 차별과 편견의 문제가 어느 섬, 두 소년의 문제로 축약되어 삶의 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