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꼬맹 씨

꼬맹 씨

그림책시렁 110《꼬맹 씨》이솔글·그림문 다니엘·이정훈 옮김북뱅크2017.2.25. 생각없이 누릴 적에는 그야말로 생각이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하며 누릴 적에는 참말로 생각이 꽃처럼 활짝활짝 피어나고요. 생각없이 지나칠 적에는 곁에 한가득 있었어도 터럭조차 못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생각하며 지나갈 적에는 곁에 아주 조그맣게 있더라도 환하게 알아보기 마련이고요. 《꼬맹 씨》는 책이름처럼 ‘꼬맹’ 씨가 이 별에서 이 땅 어느 마을 어느 집에 찾아와 무럭무럭 자라는 길을 들려줍니다. 다만, ‘어린 꼬맹 씨’로서 빚은 그림책은 아니고 ‘어른이 된 꼬맹 씨’로서 이녁 어릴 적에, 아니 이녁이 아주아주 자그마한 꼬맹 씨였을 무렵 이렇게 개구지게 놀고 누리고 즐기고 사랑받으며 자랐네 하고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빚은 그림책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어른은 언제나 꼬맹 씨였고, 모든 꼬맹 씨한테는 새로운 어른이 되는 씨앗이 새싹처럼 몽실몽실 자란다고 하는 이야기를 흐드러진 꽃마당처럼 펼쳐 보인다고 할 만합니다. 웃음지을 줄 알듯 눈물지을 줄 압니다. 노래할 줄 알듯 입다물 줄 압니다. 춤출 줄 알듯 달리기를 합니다. 뛰놀 줄 알듯 심부름을 거뜬히 해내고, 하루하루 알뜰살뜰 기운차게 내딛는 걸음마다 작은 새가 찾아들어 같이 노래하면서 싱그러워요. ㅅㄴ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 문학상 수상 작가가 쓴
아이와 가족이 함께 즐기는 그림책 같은 육아서, 육아서 같은 그림책

집안은 조용했습니다.
동네는 고즈넉하고, 고양이는 쌕쌕 잠자고, 모두 저마다 할 일로 바빴습니다.
화요일이 지나면 수요일이 오고, 하루하루가 또박또박 지나고 있었습니다.
꼬맹 씨가 오기 전까지는.
잘 받아요! 떨어뜨리지 말고. 엄마가 소리를 지릅니다.
받았어! 받았다고. 아빠가 허둥거리며 말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책은 아이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는가를 보여줍니다. 막 이 행성에 도착한 꼬맹 씨의 활동과 특징을 저자 특유의 간략한 문장과 삽화로 멋지게 묘사하지요. 첫 아이의 출생은 한 가정에 강력한 체험을 남기는 경험입니다. 모든 것이 묘하고, 기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갓 도착한 아이의 리듬에 맞추어야 하며, 하루하루 모든 일과가 이에 따라 움직이니 어쩌면 힘들 수도 있겠지요.

꼬맹 씨 는 놀라움, 사랑, 관대함, 기쁨, 미숙함, 희생 등 출산과 관련된 명사를 다룬 삽화소설로, 지구에 도착한 아이를 다른 은하계에서 온 외계인에 비유하지요. 이미 많이 다룬 소재이기에 어쩌면 뻔한 내용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는 맛깔스러운 유머로 해결해버렸습니다. 현존하는 라틴아메리카계의 최고 삽화가 중 한 명이 선사하는 장대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